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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 (밴드)/앨범 정보

망각화 - 몹시 용기를 내어

망각화 - 몹시 용기를 내어

01. 너는 날
02. 몹시 용기를 내어
03. 그녀의 갤럭시
04. 그리고 밤
05. 마녀
06. 물결치는 마음
07. 조금 많이 (Full Ver.)
08. 달과 6펜스







망각화 <몹시 용기를 내어>
 
낯설다.

확실히 낯설다.

이 앨범에 있는 모든 것들은 지금껏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 기타리프, 그리고 목소리이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기타 팝이라.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홍대음악'이 분명히 아님을 라이브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망각화 (望刻化), '기억되길 바란다' 라는 뜻을 가진 이 신비롭고 '섹시한' 기타 팝 그룹은 어느 새 우리를 좁은 홍대를 벗어나 영국의 어느 항구로 데려다 놓고 만다.
그들의 음악은 시원한 바람과 쏟아질 듯이 빛나는 별들이 휘몰아치는 어느 바닷가에 홀로 서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할 것이고, 이제껏 당신이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한 부분을 툭, 하고 무심하게 건드릴 것이다.
망각화는 그런 밴드다.
무심하게 툭, 건드려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그렇게 치명적이고 위험한 밴드이다.

보컬 양주영의 애절하면서도 담담한 읊조림으로 시작해 무모한 외침으로 감정을 극대화한 타이틀 곡, '너는 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과도 같고 기타 연주의 디테일함과 드럼의 쪼개짐이 일품인, 그야말로 듣는 재미가 있는 '몹시 용기를 내어'. 어쩌면 이 앨범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늦은 여름 날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올려다 보는 느낌을 들게 하는 '그녀의 갤럭시', 여름바다의 어슴푸레한 비린내가 나는 듯한 아날로그 감정이 그대로 살아 날뛰는 '그리고 밤'. 그리고 하이틴스러운 편곡과 멤버들의 섹시한 악기연주가 빛나는 '마녀'. 절제미를 탁월하게 표현한 '물결치는 마음'. 그리고 7월 두 번째 싱글에도 실렸던 편곡 버전의 '조금 많이'. 기타와 목소리가 그대로 살아 잘게 쪼개져 모조리 가슴에 박혀버리는 '달과 6펜스'.

이들의 장르는 한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다만 블루스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 만큼 살아있는 기타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망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절제미다. 자칫 기타리스트의 테크닉에 곡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곤 하는데, 망각화는 그 선을 잘 지킨듯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이들을 정의 내리기는 더 어려워진다. 묘하다. 이번 앨범의 디자인 또한 기하학적인 무늬와 총천연색 컬러가 다채로운 곡들만큼 시선을 잡아 끈다. 입술을 형상화 했다는 앨범 자켓의 무늬, 으레 있을 법한 뮤지션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세로줄. 의문투성이이다. 이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003년 데뷔 후 8년 만에 발표한 첫 앨범인 만큼 단단히 벼르고 있는 듯 하다. 정규앨범을 내자마자 내년 봄 싱글의 데모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찬 리스너라면 이들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신예가 나타났기에.

정말, 듣는 재미가 있는 음악을 하는 밴드가 나타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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