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espect For Beauty - Why Perish
01. Declaration Of Existence
02. The Walls Between Us
03. Owls On The Ground
04. Summit Collision
05. Uncanny
06. Day Of Departure
07. I Am A Shadow
모순이 공존하는 세계를 힘껏 끌어안은 채 밀도 높은 사운드를 발산하는 3인조 포스트 락 밴드 '노 리스펙트 포 뷰티'
2012년을 뜨겁게 달굴 이들이 선사하는 아름답고도 긴장감 서린 그들의 데뷔 앨범[Why Perish]
흡사 안개 속을 걷는 기분. 앞은 잘 보이지 않고 가야 할 곳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는데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일행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린다.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것 같은 고독감이 엄습해 불안하지만 조금 지나면 그게 두려움이 아니란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어쩌면 안락하다는 생각마저 들지 모른다. 안개는 조만간 걷힐 것이고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덥석 손을 잡아줄 것이고 그러는 동안 집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 리스펙트 포 뷰티의 음악은 이 '안락한 불안'을 천천히 또한 영리하게 잡아챈다. 흔히 포스트 록이라 분류되는 이 사운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모호한 아름다움만은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8월에 결성된 노 리스펙트 포 뷰티는 최준석(기타), 최우영(베이스), 김한신(드럼)으로 구성된 밴드로 2011년 9월에 EBS[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로 선정되었다. 홍대 앞 클럽 공연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입소문은 그렇게 검증 받았고 데뷔 EP 대신 곧장 정규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다. 많은 팬들이 증언하는 바, 이들의 음악은 한 마디로 서정적이다. 특히 밀도 높은 사운드는 가사가 없음에도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를 적확하게 잡아내는데 5분, 8분, 9분에 이르는 수록곡들의 길이가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표현력이 다채롭다.
이 세계에 태어난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적 선언인 "declaration of existence"와 소통의 불완전함에 대한 감정적 혼란을 그려내는 "the walls between us", 프로이트의 논문[두려운 낯섦(Das Unheimliche)]으로 부터 양가적 감정의 교차점을 불러내는 "uncanny", 그리고 출발에 대한 이중적 의미를 전달하는 "day of departure"와 소외, 절망, 희망을 동시에 되짚는 "i am a shadow" 등은 곳곳에 드론 사운드를 사용하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멜로디에 긴장을 부여한다. 한편 탄탄한 드럼과 베이스 라인은 매끄러운 기타 멜로디의 뜀틀이 되는데 거기서 멜로디는 수차례 높이 뛰어 올랐다 착지하기를 거듭한다.
낯선 지하실을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기분, 요컨대 이 음악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이 모순은 오직 사운드로 소통하고자 하는 음악가의 욕망이자 그 소리가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공감각에 파묻힌 청자의 감각이다. 단절은 때때로 안락하다. 고통은 종종 쾌감과 뒤섞인다. 희망은 순식간에 절망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세계는 아름다운 동시에 추악하고 우리는 지독한 모순 속에 서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상반된 감각을 어떻게 껴안느냐는 것이다. 노 리스펙트 포 뷰티의 이름 그대로, 이들은 세계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를테면 완전히 다른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에는 노이즈와 멜로디가 뒤섞이고 불안과 안락이 혼재하지만, 한편 50분이라는 물리적 한계에서만 가능한 시도다. 거기서 비장한 서정미가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여기엔 첫 작품에 대한 망설임과 과감함, 자신감과 불안함이 공존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재된 모순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힘껏 껴안고자 하는 자들만큼 아름다운 존재는 없다는 사실이다. 반가운 데뷔 앨범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weiv]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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