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스트레인(Jimmy Strain) - 여친
01. 다크 초콜렛
02. 섬
03. 여친
원맨 밴드 지미 스트레인 최신 미니 앨범 . ‘여친’, 통념의 권태(倦怠)에 날리는 유쾌한 똥침!
2011년 여름 어느 날, 지루한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한 남자가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앞에 앉은 사람이 남자에게 “당신 작품의 판매고가 계속 0(제로)에 수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듣는 둥 마는 둥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가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앞에 앉은 사람에게 내밀었다. ‘여친; 여보 이제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같은 일이 반복될 때만 권태로운 게 아니에요. 변하지 않는 사고(思考),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념들도 권태로워요.” 남자가 설명했다. 이미 여러 장의 음반을 ‘말아먹은’ 그 남자, 지미 스트레인은 하루 만에 세 곡의 가사를 썼다. 하나는 사랑과 질투,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애증의 권태로움, 또 하나는 삶과 죽음을 대하는 심각한 태도의 권태로움, 마지막으로 ‘남과 여’라는 이분법의 권태로움에 대한 노래였다.
‘다크 초콜렛’ - 질투와 증오는 사랑의 노른자다. 사랑은 종종 질투와 증오를 수반하기에 사랑의 반대말은 혐오가 아닌 무관심이다. 질투 혹은 증오의 씨앗을 품고 있는 사랑의 감정은 달콤하면서 씁쓰레하거나, 전혀 달콤하지 않지만 ‘초콜릿’이라는 이름 때문에 ‘단것’으로 오인되는 ‘다크 초콜릿’과 닮아 있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자들, 두려워하지 말라. 사랑의 모든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라.
‘섬’ - 삶은 항해이고 죽음은 모두가 도착할 반가운 섬이다 인간은 각양각색의 배와 같고 삶은 항해, 죽음은 항해의 끝에 도착하는 섬이다. 우리는 놀이동산의 범퍼카처럼 서로 부딪히며 살아가지만, 우리의 항로가 다른 만큼 영원한 동행도 없고 끝없는 경쟁도 없다. 오직 좀 더 오래 가는 관계나 짧은 관계가 있을 뿐이다. 최후의 ‘섬’에 이르러 만남과 헤어짐에서 죽음에 이르는 모든 경험을 돌아보면 꿈이나 소풍처럼 느껴질 테니, 부디 가볍고 경쾌하게 사시라.
‘여친; 여보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 시간은 남녀의 차이를 지운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에게선 여성적인 특성이, 여성에게선 남성적인 특성이 나타난다. 타고난 특성이 갈수록 희미해지니, 남자나 여자라는 성별에 좌우되지 않는 균형 잡힌 인간성의 확립이 필요하다. 즉, ‘태생적 출신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될 필요가 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 남편이라서, 아내라서 가져야 하는 사고는 물론, 아버지라서, 어머니라서, 아들이라서, 딸이라서 등등 성별이 인간에게 강요하는 무수한 사회문화적 경계를 넘어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게 좋지 않을까?
세 노래가 얘기하는 권태는 유행이나 오래된 물건에 대한 싫증과 다르다. 이 노래들은 우리 사회에 오래, 널리 퍼져있어 익숙한 사고방식과 관념, 태도에 대한 권태를 얘기하며,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말한다. 언뜻 들으면 재미있는 노래들이지만 가사를 곰곰이 음미해보면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
2008년 4월 첫 번째 정규음반 ‘Emotion Frequency (감성주파수)’를 시작으로 한결같이 ‘시장의 논리’와 ‘통념적 성공,’ 그리고 그것들이 초래하는 개인적, 사회적 ‘권태’에 맞서 온 지미 스트레인의 미니앨범. ‘젊어서 놀자’고 권하는 선정주의 가요와 ‘꿈을 잃지 말고 힘을 내라’는 감상적 위로가 판치는 어두운 음악시장에 한 인디 뮤지션이 내놓은 이 신보가 참으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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