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nd (밴드)/앨범 정보

포스플로어 - 4th Floor

포스플로어(4th Floor) - 4th Floor

01. 안녕
02. 유리창  













4th FLOOR 싱글 앨범 ‘안녕 / 유리창’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음악 Emo의 한국적 해석, 포스 플로어

남성 3인조 록 밴드 포스 플로어(4th FLOOR)가 데뷔 싱글을 발표한다. ‘안녕’과 ‘유리창’ 두 곡의 더블 싱글 형태로 발매되는 포스 플로어의 첫 작품. 첫 선을 보이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원숙한 사운드와 깊이 있는 감성을 전하고 있어 주목 된다.

4th FLOOR? Force Floor?
대중을 위로하는 귀족 사운드
이들의 이름인 ‘4th FLOOR'에는 다중적인 의미가 내포된 듯 보인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다른 이름에 가려져 있는 4층의 존재감이 표현되어 있을 것이며, 독음이 같은 ’Force Floor'로의 해석 또한 가능하다. 록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지배하는 씬’의 느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전자에서 언급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의 의미를 요즘 음악씬에 대입해 본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씬은 아이돌 중심의 기획사가 주도하는 음악과 고급문화 소비계층이 지탱하고 있는 인디씬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장기화 되면서 대중의 일상적 감성을 소화할 수 있는 양질의 음악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왜 양질의 사운드, 깊이 있는 감성은 인디라는 모호한 장르 안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수많은 대중에게 분명히 존재하고 음악으로 소진되어야 하는 감성들, 하지만 매스 미디어에서는 그러한 음악들이 객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포스 플로어는 대중 안에서 음악적 존재감을 확인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디 뮤지션이 아닌 대중과 호흡하는 록밴드로서 소명을 다하겠다는 것이며, 이런 포부 안에는 최고의 음악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모코어 성향의 감성 사운드 록의 파워가 슬픔으로 전이되다
한국의 많은 대중들은 록 음악을 들으며 일상적 감성들을 충족시켜 왔다. 국내외의 록발라드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으며, 영국의 모던록을 들으며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고뇌와 슬픔을 달래어 왔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록씬에는 이모코어(Emo-core)라는 새로운 장르가 중심 장르로 솟아오른다. 하드코어의 공격적이고 두터운 사운드 안에 ‘슬픔’으로 대표되는 세속적 감성을 담아내는 이모코어 음악들을 들으며 비주류로 밀려난 록 음악이 다시 한 번 대중 안에서 각광 받을 수 있었다.

포스 플로어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이모코어에 가깝다. 세 명이 만들어 내는 것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풍성하고 꽉 찬 사운드, 쉼 없이 반복되며 치닫는 공격적인 사운드로 가슴을 때리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와 애수에 젖은 보컬이 때린 가슴을 어루만지며 이모코어의 매력을 자신들의 음악 안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명품 멜로디의 ‘안녕’ 슬픔의 절규 ‘유리창’
타이틀곡인 ‘안녕’은 직접 만들어 낸 멜로디의 수려함이 돋보인다. 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곡의 멜로디는 포스 플로어의 음악적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가득 안고 있다는 것 또한 확인시켜 준다. ‘안녕’의 곡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멜로디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사운드 때문. 극적으로 내달리는 공격적인 사운드가 멜로디와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명곡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두 번째 곡 ‘유리창’은 슬픔을 노골적으로 폭발시키는 보컬의 절규가 인상적이다. 곡은 빗소리로 시작되어 시각적 심상을 통한 쉬운 곡 접근을 유도하고 있지만 단순한 멜로디 라인과 ‘안녕’보다 공격적인 사운드는 대중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 곡을 통해서 보컬리스트의 수준급 테크닉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기대 이상의 재미다. 감정의 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해서 내지르는 보컬리스트. 슬픔을 절규를 통해 폭발시키는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보컬리스트의 몰입된 감정선과 시니컬한 느낌의 샤우팅을 통해 완성되고 있다.

3인 라인업을 무색케 하는 꽉 찬 사운드, 명품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작곡 능력, 공격성을 슬픔으로 전이시키는 감성 코드까지... 뮤즈(Muse)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록 밴드의 등장에 귀가 즐겁다. 아직까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포스 플로어. 어떤 존재감으로 대중에게 각인될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대중음악 평론가 / 이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