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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할라피뇨
이윤혁밴드 [Debut] Single
윤혁을 처음 만난 것은 어느 공연의 뒤풀이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공연에서 엔지니어를 보았다.) 그는 통기타를 품에 안고 있었다. 조곤조곤 스트로크를 치고 있었다. 다소 들떠있던 그날의 술자리에서, 그는 시종 미소를 띤 표정으로 한잔씩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며, 그러나 계속 통기타를 치고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화를 방해할 수준은 아니었던 고로, 우리는 기분 좋게 그날의 술자리를 이어가며 이따금 그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씩 청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큰 무리 없이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우리는 조용히 그의 노래를 들었다. 왠지 포근해지는 밤이었다. 그 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후로도 우리는 이런저런 일로 종종 만나게 되었고, 곧 친해지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이 글을 적고 있다.
윤혁의 마스터링된 음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조금 놀랐다. 늘 무대에서 혼자 통기타를 치던 모습만 보았던 나로선, 왠지 밴드로 듣는 그의 음악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왠지 다행이다, 라는 느낌이었다. 어찌되었건 밴드는 그의 목소리를 보조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이런 스타일의 편곡을 일컫어 ‘가요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선 다소간의 비아냥처럼 쓰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오히려 윤혁은 가요스럽다는 점에서 좋다. 어찌되었건 문제는 결국 그게 무엇이든지,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일 테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짧은 글에서 논할 바는 아니다. 다만 윤혁에 있어 좋은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간략하게나마 말할 수 있다. 뚜렷하게 가요적인 멜로디 라인이 있고 선이 은근히 굵다는 점에서 살랑살랑하거나 센치하기만 한 요새의 멜로디들과의 살짝 다른 결이다. 말했듯 나긋나긋한 윤혁의 목소리가 있다. 역시 가요적으로, 충실하게 멜로디를 보조하는 악기들이 있다. 하나 더. 간결한 노랫말이 있다. 왠지 윤혁을 듣다 보면 노랫말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언뜻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 같이 들릴 수 있는 노랫말들도 가만히 읽어나가고 있으면, 이내 어떤 ‘의지’ 같은 것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무엇을 향한 의지일까? 이에 대한 즉답을 피하며, 좌우지간 이 모든 요소들이 선(善)한 어느 곳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나는 좋아한다. 그 전체가 좋다.
기타를 정유환, 베이스를 임지혁, 드럼을 안성훈이 연주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노래를 이윤혁이 담당했다. 레코딩/믹싱 엔지니어를 박선혁이 맡았다. 모두의 무운을 빈다.
글: 단편선(음악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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